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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아웃 (2017)

A: 롤러코스터의 꼭대기와 같은 상황이다. 몇 초 후에 엄청난 속도로 천길 낭떠러지 같은 곳으로 떨어질 예정이다. B: 어렸을 때 들은 귀신 이야기와 같다. 들을 때도 무서웠지만, 다 듣고 나서 이불 덮고 자려니 계속 생각나고 무섭다. A와 B 중에 어떤게 더 무서운 것일까? 나에게는 B가 더 무섭다라고 말할 것이다. A는 순간이지만, B는 언제까지 무서움이 지속될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무서움이니. 나에게 가장 무서운 영화란 결국 영화관을 나가고 나서도, 그리고 며칠 동안 길면 몇 주동안 계속 지속되는 무서움을 안겨주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기준에서 무서웠던 국내 영화는 이 있었고, 해외 영화로는 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는 동안도 무서웠고, 머리 속으로 장면 장면이 생각날 ..

해외 영화 2023.04.20

나의 문어 선생님 (2020)

우리가 세상을 수단으로 대한다면 동물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21세기를 말하자면, 역사상으로 가장 많은 종류의 동물을 알지만 정작 하루에 만나는 동물의 종류는 손에 꼽을 것이다. 살아있는 동물이라 개나 고양이 정도 일 테고, 도심을 지나간다면 비둘기나 참새 같은 새 정도가 하루에 만날 수 있는 동물일 것이다. 가축이 된 동물들은 효율성을 위해 도시 바깥에 있는 공장형 농장으로 가서 살게 되었고, 가축이 아닌 동물들 중 애완동물이 아닌 것들은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외계인들이 와서 우리가 사는 도시의 모습을 본다면, 극심한 종차별의 장소로 볼지도 모르겠다. 나의 문어 선생님에 나오는 문어도 영화 감독이자 주인공에게는 그런 존재로 시작되었다. 내 주변에 없지만, 바다라는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닌 장..

해외 영화 2023.04.20

라쇼몽 (1950)

고전 음악은 상대적으로 듣기가 쉬우나, 고전 소설 특히 고전 영화는 손이 안 가길 마련이다. 나조차도 내가 초등학생이던 90년대 이전의 영화들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손이 잘 안 간다. 그러나 영화가 나온 지 몇십 년이 지나도 계속 회자가 된다는 건 그만큼 좋은 영화라는 뜻이고, 좋은 영화들의 상당수는 재미 자체도 보장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영화가 바로 이었다. 글이나 말로 최소 100번 이상은 들었던 듯하다. 고전 영화의 명작, 일본 영화의 전설, 더 나아가 세계에 아시아 영화를 알린 위대한 작품. 그리고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영화에서 만든 플래시백 같은 것을 지금도 흔히 영화에서 볼 수 있다고. 이렇게 교과서적인 설명만 들으면, 영화 자체는 재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나도 그랬는데, 영화 자체도 너무..

해외 영화 2023.04.20

더 퍼스트 슬램덩크 (2022)

영어 공부를 잘하려면, 더 나아가 언어 쪽을 잘 배우고 익히려면 반복이 중요하다. 나는 이걸 알면서도 못한다. 같은 경험의 반복은 정말로도 못하고 싫어하는 성격이기에. 그래서 내가 안 하는 것 중 하나가 봤던 것을 또 보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고 별점은 5점 만점을 줬던 영화라도 다시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내가 일부러 찾아서 다시 봤던 영화는 과 딱 2개였을 것이다. 이 중에서 은 더빙판도 좋다고 해서 간 거라서 같은 영화를 봤다고 하긴 어려우니, 딱 1개라고 봐도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봤던 영화를 다시 찾아보진 않는다. 찾아보려면, 최소 10년 길게는 20년 정도 지나서 나도 기억이 희미해 졌을 때, 그때서야 보게 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는 보기 전부터 내 별점은 어느 정도 정해졌..

해외 영화 2023.04.20

헤어질 결심 (2022)

헤어질 결심에서 가장 큰 분기점이 되는 장면은 바로 저 장면일 것이다. 분기점은 저기였고 영화를 계속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자 주인공조차 영화에서 다시금 생각하는 지점이 바로 저기였다. 제목 그대로 이 이루어진 장면이자, 역설적으로 헤어지기 싫다는 걸 깨닫게 되는 지점이. 박찬욱 영화 중에 가장 박찬욱 영화 같지 않은 영화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봤던 박찬욱 영화 중 가장 좋았고 가장 많이 다시금 생각하게 될 영화다. 오늘 또 장면 하나가 계속 생각에 맴돈다. 여자 주인공은 남자가 “사랑한다”라고 말한 순간, 자신의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걸 들은 남자는 자신은 “사랑한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언제 그런 말을 했냐고, 경찰답게 경찰처럼 말한다. 중간에도 장면으로 나오고 뒷부분에 남자 주인공인 음성녹..

한국 영화 2023.04.20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챕맨이 말하는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는 이렇습니다. 긍정의 말(칭찬), 의미 있는 시간(어떤 일을 같이하는 것), 선물(즉흥적인 꽃다발부터 더 가치 있는 것들까지), 상대를 위한 행동(집안일이나 요리를 돕기), 신체 접촉(손을 잡는 것부터 성관계까지)." 문화 현상이 된 '사랑의 언어' 영화 는 세금 문제로, 즉 돈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모든 걸 쏟는 양자경으로 시작한다. 그러다 내용이 진행될수록 양자경은 돈이 아닌 사랑이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아간다. 사랑으로 돈 문제를 해결 할 순 없다. 영화도 그랬듯이. 그러나 돈으로도 사랑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둘 중 어느 문제가 더 중요할까? 뭘 먼저 해결해야 맞을까? 그것에 대한 정답은 "영화에서도 그랬듯이"라 다시 한번 말해야 할 것..

해외 영화 2023.04.20

돼지의 왕 (2011)

작년쯤부터 그랬던가? 서울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회사 휴게실 창문에 붙어서 이런 이야기를 서너 번 한 적이 있다. ‘서울에는 이렇게 아파트도 많고 차도 많은데 왜 내 집과 내 차는 없는 걸까?’라는 이야기를. 지난해, 취업과 동시에 서울시민이 되면서 생긴 궁금증이었다. 지방에서 상경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서울에 올라온 나를 가장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월급을 모아봐도 이 도시에서 집 하나 살 돈이 안 되는데 이렇게 커다란 도시에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오묘했다. 지난 25년 동안, 돈이 많으면 좋아하는 돼지고기 대신 한우를 먹고 예쁜 옷 대신 비싼 옷을 살뿐 사는 것에는 별 차이가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돈이 많으면 2년마다..

한국 영화 2023.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