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어 선생님 (2020)
일반 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는 현실을 그대로 담느냐, 아니면 구성하고 연기해서 담느냐로 나눌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는 스토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의도대로 만들 수 있느냐, 아니면 현실이라는 우연에 기대야 하느냐의 차이에 있다. 그러기에 일반적인 영화는 매우 뛰어난 스토리, 매우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만, 후자인 다큐멘터리는 우리의 현실이 그렇듯이 영화 같은 스토리, 영화 같은 티끌 없이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사람들이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보다, 현실의 재현인 영화를 더 현실처럼 보고 더 좋아하는 것일 것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과하고 빛나는 몇몇 작품들을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는다. 그래서 그 작품들은 위대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문어 선생님>의 이야기를 펼쳐보면, 주인공이자 감독이 바닷 속에서 문어를 만나고, 문어와 1년 가까이 헤엄치고 놀다가 문어와 헤어지는 이야기다. 1~2줄로 요약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감독은 개인적인 이야기와 본인의 내레이션, 그리고 바닷속의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서 환상적인 작품으로 만들어 냈다.
동물을 다른 많은 영화들 그리고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있지만, 이 영화만큼 주인공이 대상과 가깝게 다가가는 영화는 없었다. 말을 하나도 하지 않는 문어지만, 그 어느 영화에 나온 누구보다 우리에게 많은 말을 해주고 많은 교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 영화의 훌륭한 점이 아닐까.
<워낭소리>도 그랬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동물들에게 우리는 많은 말을 듣는다. 그리고 그 말들은 어찌보면 세상에 있는 말 잘하는 선생님들보다 훨씬 더 많은 깨달음과 배움을 준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것, 그것이 이런 영화가 주는 교훈이 아닐까.